코로나로 인해 외출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일 기회도 줄어들었다. 게다가 겨울이 찾아오면서 실내에서 하는 홈 트레이닝만으로는 건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간단한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으로 해결하려 했지만, 실내 운동만으로는 답답함이 느껴졌고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더 몸을 움직일 방법을 고민하던 중, 내가 선택한 방법은 가능한 한 걸어서 이동하는 것이었다. 가까운 거리는 물론이고, 시간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일찍 나와 걸어서 다니기로 했다. 목적지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집 안에서 정적인 운동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만족스러웠다. 걷는 동안 몸을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었고, 단순히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외부 환경을 체감하는 새로운 경험이 되었다.
사실 나는 원래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자유롭게 야외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이 어려워졌고, 겨울에는 추운 날씨까지 겹쳐 더욱 힘들어졌다. 그래서 대안으로 실내에서도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자전거용 롤러를 구매하려고 고민했다. 하지만 롤러를 사용하면 소음과 진동이 발생할 것 같았고, 공간을 차지한다는 점도 부담스러워 결국 구매를 포기했다. 그 대신 걷기를 선택한 것이다.
걸어 다니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단순히 운동을 위한 움직임이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걷는 것 자체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다. 비록 더 일찍 일어나야 했고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그동안 이어폰을 끼고 차단했던 길거리의 소리들을 다시 들을 수 있었다. 나는 평소에 음악을 들으며 길을 걷는 편이었지만,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이어폰까지 끼니 주변 환경과 완전히 단절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마스크가 귀까지 막을 순 없었기에, 이어폰을 빼고 주변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기로 했다. 그러면서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거리의 풍경과 소리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길가에 떨어진 낙엽이 바람에 날리는 소리, 상점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 누군가의 웃음소리, 신호를 기다리는 자동차 엔진 소리, 그리고 먼 곳에서 들려오는 자전거 벨 소리까지. 이 모든 것이 코로나 이전에는 당연하게 들었을 소리들이었지만, 한동안 외출을 줄이고 실내 생활에 익숙해진 후 다시 듣게 되니 새롭게 느껴졌다.
또한, 걸어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도 더 집중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목적지만 생각하며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길을 걸으며 그동안 보지 못했던 소소한 변화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새로 생긴 가게, 거리의 낙서,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그리고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를 지나치는 익숙한 얼굴들까지. 이런 것들은 코로나로 인해 멀어졌던 일상의 작은 연결점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었던 걷기가 어느 순간 새로운 감각을 깨우는 시간으로 변했다.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그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하루하루 같은 길을 걸어도 계절이 변하면서 풍경이 달라졌고, 날씨에 따라 느껴지는 감각도 조금씩 달라졌다. 햇살이 따뜻한 날에는 기분이 좋아졌고, 비 오는 날에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코로나 시기의 제한된 생활 속에서도 나는 나름의 방법으로 적응하고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 같다. 단순히 운동을 위한 수단으로 시작했던 걷기가, 오히려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해주는 경험이 되었던 것이다. 코로나가 끝난 지금은 예전처럼 빠르게 이동하는 생활로 돌아왔지만, 가끔은 그때처럼 이어폰을 빼고 주변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지나쳐버리는 것들 속에도 충분한 의미와 즐거움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로는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을 바라보는 것이,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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