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염병 예방 실천운동

감염병 예방 실천운동

    고요한 방 안에서 마주한 진짜 우리 목소리
  • 길상현 
  • 05-14 
  • 418 
  • 커넥트 인사이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일상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특히 사람들을 만나 에너지를 얻었던 나로서는 인정하기 싫은 시간이었다. 학교에 나가 수업이 끝나면 찾아오던 시끌벅적한 모임 대신에 방 안에서의 고요함만이 반복인 일상으로 바뀌어 이러한 단절이 갑작스럽고 고립되었다는 생각에 낯설고 헛헛한 느낌이었지만 오히려 항상 여러가지 일들로 바쁘다는 핑계로 외면했던 내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진짜 소중한 인연의 의미를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 


    대면 만남이 어려워지면서 친구들과는 문자 메시지와 긴 통화로 소통의 매체가 변해 갔다. 예전처럼 맛집이나 시끌시끌한 술집, 여유롭게 떠들 수 있었던 카페라는 배경들이 사라지고, 오직 서로의 목소리와 생각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가만히 침대에 누워서 나누는 비대면 대화는 시끌벅적했던 과거의 만남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여러 가지 자극이 차단된 공간에서 목소리에만 의존하다 보니, 우리는 자연스럽게 평소 하기는 힘들었던 깊은 이야기나 걱정과 고민 같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예를 들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함, 내 삶의 방향, 조금 더 가볍게는 쑥스러워 얘기하지 못했던 짝사랑, 친구의 소중함과 같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친구들의 차분한 목소리에 기대어 내 속마음을 소리 내어 말하는 과정은 나라는 사람이 지금 어떤 감정을 겪고 있는지 가장 선명히 비춰주는 거울같이 보이기도 했다. 혼자서는 마주하기 힘들었던 내면의 복잡한 생각들이 핸드폰 너머의 친구와의 연결을 통해 정돈되는 경험이라고 할까. 


    이 시기를 거치며 나는 그동안은 깊게 생각해 보지 못했던 친구라는 존재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물리적인 공간을 공유하지 않아도, 나의 가장 솔직하고 무너지는 모습까지 온전히 들어주고 응원해 줄 수 있다는 사람들이 사실은 팬데믹이라는 기나긴 기간을 지나는 동안 가장 든든한 위안이었다. 화려한 이벤트나 장소, 분위기 없이도 그저 진솔한 대화만으로도 마음이 꽉 차오르는 충만함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은 비대면 소통이 내게 가르쳐준 새로운 관계의 가치였다. 


    팬데믹이 종식되고 다시 바쁜 일상이 돌아오고, 언제든 편하게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세상이 돌아왔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복잡한 마음이나 나를 돌아보고 싶은 밤에는 습관처럼 소중한 사람들과 전화를 하곤 한다. 외부의 자극 없이 서로의 내면에 오롯이 집중했던 그 시절의 소통 방식은 이제 나에겐 앞으로도 변치 않을 특별하고 소중하지만 영원히 보관하고 싶은 타임캡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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