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염병 예방 실천운동

감염병 예방 실천운동

    내만내먹
  • 최영민 
  • 04-27 
  • 558 
  • 워크아웃 인사이드

    "뭐 먹지." 늘 머릿속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말이다. 코로나로 인해 밖에서 밥을 사 먹는 횟수가 줄었다. 집에서 매 끼니마다 배달 음식을 먹자니 혼자 사는 사람으로서 양이 부담스럽다. 최소주문금액 때문에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도 그 하나만 시키질 못하니 배달이 오면 난 음식과 전쟁을 치러야 했다. 아마 나와 같은 고민에 빠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가서 먹자니 코로나가 신경쓰이고, 시켜 먹자니 남은 음식물이 걱정이라 이 사이에서 늘 갈등하는 자신의 모습. 몇 번은 굶고 말자며 식사를 거르기도 했다.


    그래서 선택한 내만내먹, 내가 만들어 내가 먹는다는 의미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선택을 했는지 요리 유튜브 채널의 인기가 상당하다. 실제로 2020년 유튜브에서 발표한 국내 최다 구독자 수 증가 채널 TOP10 을 보면 '백종원의 요리비책 Paik's Cuisine' 채널이 2위에, '승우아빠' 채널이 8위에 올랐다. 억압된 혀의 고삐를 풀어주는 요리 콘텐츠의 인기 상승은 아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내 유튜브 알고리즘도 내만내먹의 욕구를 파악했는지 다양한 음식 만들기 영상을 자주 추천해준다. '오늘은 이거쥬.' 결정한 음식이 생기면 지갑을 챙겨 집 앞 마트로 향한다. 적혀 있는 재료를 확인하며 장바구니에 담는 것부터 시작이다. 여기까진 뚝딱이다. 요리도 아니다. 돌아와 재료를 손질하고 영상을 따라 손을 움직이다 보면, 영상의 음식과 같은 이름이지만 무언가 다른 나만의 작은 음식이 만들어진다. 한 입 무보면, 어디서 본 한 문장이 떠오른다. '사드세요 제발'


    처음부터 성공한 요리는 드물다. 그래도 재료를 사와서 손질하고, 영상을 보며 주섬주섬 따라하는 과정이 맛있다. 거기부터 요리의 시작이니까. 똑같은 재료로 똑같이 만들어도 늘 조금씩 다른 맛이 난다. 이걸 손맛이라고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라고 쓰고 계량하지 않음이라고 읽는다). 마음에 드는 요리가 생겨 몇 번이고 만들어 먹다 보면, 어느 순간 앞치마를 두르고 칼질하는 나의 모습이 익숙해지고, 익숙함과 함께 맛이 따라온다.


    조금은 번거롭고, 기대했던 맛이 안나면 실망할 수 있지만, 과정이 즐거운 요리. 먹고 싶은 음식이 떠오르면 과감하게 앞치마를 둘러보는건 어떨까. '오늘은 또 어떤 요리하지?' 즐거운 고민은 멈추지 않는다. 내만내먹을 넘어, 언젠가 내만네먹할 수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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