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기는 TV에서 봤던 이선희 씨의 인터뷰였다. 수십 년째 무대에 서는 가수가 목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질문에, 잠잘 때 목수건을 꼭 한다고 했다. 대단한 비법이 아니었다. 그냥 수건 하나를 목에 두르고 잔다는 것. 그런데 그 단순한 말이 머릿속에 남았다. 위대한 관리법은 거창한 데 있지 않구나, 싶었다.
나는 강사다. 목이 곧 일이다.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이다 보니 목 컨디션이 하루의 질을 좌우한다. 강의가 많은 날이면 저녁쯤 목이 칼칼해지고, 다음 날 아침엔 목소리가 잠겨있는 날도 있었다. 좋은 마이크를 쓰고, 물을 자주 마시고, 목캔디를 챙겨다니면서도 정작 잠자는 동안 목이 차가운 공기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는 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몸을 아끼는 것이 특별한 방법에 있다고만 여기고, 가장 기본적인 보살핌을 놓치고 있었던 셈이다.
그날 밤부터 시작했다. 얇은 면 수건을 하나 꺼내 목에 둘렀다. 처음엔 자다가 풀어지기도 하고, 답답한 것 같기도 했지만 며칠을 계속했다. 어느 날 아침, 강의가 있는 날인데 목소리가 평소보다 맑다는 걸 느꼈다. 기분 탓인가 싶었는데, 그게 며칠이 되고 몇 주가 됐다. 몸은 정직하다. 아껴주는 만큼, 그만큼 돌려준다. 코로나로 강의가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오히려 목의 피로는 더해졌었다. 마이크 앞에서 혼자 말하는 건 청중 앞에서 말하는 것보다 더 힘이 들어가는 일이었지만, 그 시기에 목수건 습관이 자리를 잡은 건 작은 행운이었다. 꾸준히 이어온 작은 습관 하나가, 가장 힘든 시기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이제는 여행을 갈 때에도 목수건을 챙긴다. 짐을 쌀 때 목수건이 빠지면 왠지 불안하다. 잠들기 전 목수건을 두르는 그 오 분이, 다음 날의 목소리를 만든다는 걸 몸이 먼저 알아버렸다. 건강을 지키는 일이 꼭 어렵고 대단해야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가장 오래가는 습관은 가장 단순한 것들이다. 매일 밤 반복된 작은 실천은 어느 순간 몸의 언어가 된다. 그리고 그 꾸준함이, 결국 가장 강한 힘이 된다.
목이 재산인 사람이라면, 오늘 밤 수건 하나 꺼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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