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길어지면서 집이 이상해졌다. 밖에 나가지 않으니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수록 물건은 쌓여갔다. 쓰지 않는 것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그 자리들이 좁아지면서 어느 순간 집에 들어와도 편하지 않았다. 쉬러 왔는데 쉬어지지 않는 공간. 눈이 닿는 곳마다 뭔가가 있고, 어딘가 어수선하고, 소파에 앉아도 마음이 풀리지 않는 느낌. 집이 쉼터가 아니라 창고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때부터 조금씩 버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쉬웠다. 명백히 안 쓰는 것들, 박스 그대로 쌓인 것들, 언젠가 쓰겠지하며 묵혀둔 것들. 그런 것들은 미련 없이 버릴 수 있었다. 그런데 두 번째 단계가 어려웠다. 쓰진 않지만 버리기엔 아까운 것들, 선물 받아서 정이 든 것들, 언제 쓸지 모르지만 있으면 안심이 되는 것들. 그것들 앞에서 자꾸 손이 멈췄다. 그래도 천천히 덜어냈다. 기준은 하나였다. 지금 이 집에서 나의 쉼에 도움이 되는가. 그 기준으로 보니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그냥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버리고 나면 그 자리가 비었다. 처음엔 그 빈자리가 허전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그 빈자리가 오히려 숨통을 틔워줬다. 공간이 달라지니 몸이 달라졌다. 집에 들어왔을 때 어깨가 내려앉는 느낌. 소파에 앉으면 진짜 쉬는 것 같은 느낌. 눈이 닿는 곳이 정돈되어 있으니 머릿속도 덜 복잡했다. 잠들기 전 괜히 뒤척이는 날이 줄었다. 거창한 건강법이 아니었다. 그냥 버리고, 닦고, 제자리에 두는 것.
정리가 습관이 되면서 하나 더 달라진 것이 있다. 새로 물건을 사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 이게 들어오면 무엇이 나가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집의 공간은 한정되어 있고, 그 공간이 쉼을 위한 자리라는 걸 알고 나니, 함부로 채우지 않게 됐다. 코로나가 집에 가두었지만, 그 덕분에 집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안 쓰는 물건을 버리는 일이 이렇게 건강한 일일 줄 몰랐다. 몸이 쉬려면 공간이 먼저 쉬어야 한다. 오늘 서랍 하나만 열어보자.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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