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위해 여러 중·고등학교의 교문으로 들어설 때마다, 입구에 크게 붙은 ‘차량 부제 의무 시행’ 안내판을 유심히 살피게 된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고유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승용차 2부제(홀짝제)를, 공영주차장에는 5부제를 의무 시행한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났다(천권필, 남수현, 2026). 이 지침에 따라 전국의 학교를 비롯한 공공부문 차량은 번호판 끝자리에 따라 홀짝수 날짜에만 운행해야 하는 강력한 제약을 받게 되었다. 공공의 이익과 환경을 위한 취지에는 적극 공감하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대중교통 여건이 열악한 지역으로 출근하거나 여러 학교를 이동해야 하는 장거리 출퇴근 강사들과 교사들 사이에서 고충과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는 뉴스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박채연 외, 2026). 실제로 차량 2·5부제 시행과 고유가 여파가 겹치면서 조금이라도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버스나 지하철로 발길을 돌린 이들이 급증했다. 출퇴근 시간대 주요 노선의 혼잡도가 평소의 몇 배로 치솟아 정부가 급히 열차와 버스 배차를 늘리는 종합 대책을 발표했을 정도다(임유나, 2026).
출근길 대중교통의 혼잡과 피로가 전국적으로 극에 달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 일정이 유동적이고 매일 무거운 수업 자료를 챙겨 여러 학교를 오가야 하는 내 일상을 돌아보면 친환경 전기차를 선택한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전기차는 정부의 강력한 차량 2·5부제 시행 제한 조치에서 제외되는 덕분에,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규칙을 준수하면서도 이동의 자율성을 유연하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적 혜택과 개인의 실천이 맞물려, 과거의 결정을 다시금 긍정하게 되는 순간이다.
처음 전기차를 살 때는 고민이 많았다. 주전자에 물을 끓이듯 매번 충전소를 찾아 헤매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번거로움이 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유소 전광판의 기름값 숫자가 무섭게 치솟는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가 되고 보니, 그때의 선택은 단순한 이동 수단의 변화 그 이상이었다. 기름값 폭등 뉴스를 보며 가슴 졸이지 않아도 되는 자유, 정부의 강력한 출입 제한 규정 속에서도 제약 없이 움직일 수 있는 특권. 이 사소한 해방감들이 빽빽한 수업 일정 속에서 내 하루의 리듬을 방해받지 않게 지켜주는 든든한 방어선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진짜 해방감은 이런 눈앞의 이득 이면에 있다. 흔히 환경을 지키는 일은 무언가를 꾹 참고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전기차는 환경을 위한 실천이 오히려 내 삶을 얼마나 효율적이고 단정하게 만들 수 있는지 몸소 증명해 준다. 시동을 걸었을 때 들리는 고요한 구동음은, 내가 도로 위를 달리는 동안 지구에 불필요한 소음과 매연을 보태지 않고 있다는 일종의 다정한 신호 같다.
강의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지구를 생각하는 작은 실천이 결국 내 일상의 제약을 없애고, 경제적인 불안까지 덜어주는 영리한 보상으로 돌아온 셈이다. 거대한 정책이나 거창한 구호가 아니어도 좋다. 주차장을 미끄러지듯 빠져나오는 나의 가벼운 출근길처럼, 지구와 내가 모두 기분 좋게 윈-윈(Win-Win)하는 지속 가능한 루틴은 이미 내 일상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참고 기사
박채연, 백민정, 오경민. (2026년 4월 7일). 장거리 출퇴근 교사들 “강압적 차량 2부제, 현장 무시” 불만. 경향신문. https://www.khan.co.kr/article/202604072051005
천권필, 남수현. (2026년 4월 2일). 공공부문 차량, 8일부터 2부제.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6878
임유나. (2026년 4월 28일). 고유가에 버스·지하철 북적…정부 “출퇴근 시간 배차 늘린다”.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60428/1338282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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