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염병 예방 실천운동

감염병 예방 실천운동

    OTT 명당은 실내자전거에게 양보하세요
  • 박은영 
  • 05-14 
  • 428 
  • 워크아웃 인사이드

    TV와의 거리, 시야각, 조명까지 완벽한 그 자리. 코로나가 시작되고 외출이 줄어들면서, 그 자리의 쿠션이 조금씩 꺼져가고 있었다. 넷플릭스를 틀고 앉으면 한 시간이 두 시간이 되고, 두 시간이 어느새 자정이 됐다. 움직이지 않는데 피곤했고, 피곤한데 또 누웠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자세로 하루가 지나갔다.


    몸이 굳어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바꾸지 못했다. 헬스장은 문을 닫았고, 밖은 마스크 없이 나서기가 조심스러웠다. 운동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집 안에서 혼자 매트를 펴고 움직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의지가 필요했다. 틀어놓은 유튜브 홈트 영상은 삼 분도 안 돼서 배경음악이 되어버렸다. 결국 다시 소파로 돌아왔다.


    그러다 생각했다. 어차피 볼 거라면, 타면서 보자.

    창고 한켠에 세워두었던 실내자전거를 TV 앞으로 끌고 왔다. 처음엔 위치를 잡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너무 가까우면 목이 아프고, 너무 옆이면 자막이 잘 안 보였다. 자전거 높이와 안장 각도를 조정하고,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딱 맞는 자리를 찾았다. 소파가 있던 바로 그 명당 자리였다. 소파는 조금 옆으로 밀려났고, 그 자리에 자전거가 들어섰다.


    첫날은 반신반의하며 페달을 밟았다. 그런데 드라마에 집중하다 보니 다리가 멈추질 않았다. 평소엔 이십 분도 지루하던 게, 에피소드 하나가 끝나도 모르게 한 시간이 흘렀다. 운동을 한 게 아니라 드라마를 본 건데, 땀이 나 있었다. 샤워를 하고 나서야 실감이 났다. 오늘 나 운동했구나.


    다음 날도 자연스럽게 자전거 앞에 앉았다. 어제 보다 만 에피소드가 어떻게 끝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페달을 밟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다음 화를 보는 것이 목적이었고, 페달은 그냥 따라왔다. 억지로 시작하는 운동과 보고 싶어서 시작하는 운동은 몸이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랐다.


    비결은 간단했다. 보고 싶은 것을 아껴두는 것.

    새 시즌이 나와도 바로 틀지 않는다. 기다렸던 영화가 공개돼도 소파에서 먼저 보지 않는다. 실내자전거 위에서만 보는 콘텐츠로 따로 빼두는 것이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자전거가 먼저 당겨진다. 보고 싶다는 마음이 움직이고 싶다는 몸으로 이어진다. 운동하러 가는 게 아니라, 보러 가는 것이다.


    습관이 된 건 의지 때문이 아니었다.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소파 대신 자전거가 명당을 차지하고, 보고 싶은 것이 그 자리에서만 펼쳐지는 구조. 그것만으로도 하루 한 시간을 움직이는 사람이 됐다. 특별한 결심도, 새벽 기상도, 헬스장 등록도 없이.


    소파는 옆으로 조금 밀려났다. 명당 자리를 자전거에게 양보한 대신, 나는 매일 조금씩 움직이는 사람이 됐다. OTT가 운동을 방해한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가장 좋은 운동 파트너였다. 넷플릭스 덕분에 살이 빠졌다고 하면 다들 웃지만, 틀린 말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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