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염병 예방 실천운동

감염병 예방 실천운동

    쓰레기 봉투 대란 속에서 찾은 비움의 기술
  • 김지원 
  • 05-14 
  • 456 
  • 워크아웃 인사이드

    뜬금 없는 쓰레기봉투 대란! 마치, 코로나 시절에 마스크 한 장을 구하기 위해 전쟁 아닌 전쟁을 치뤘던 그때가 생각났다. 쓰레기 봉투를 사기 위해 마트에 가도 예전처럼 묶음으로 파는 경우는 보기 힘들고, 그나마 남은 것들도 한두 장씩 겨우 손에 넣을 수 있다.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품절’ 안내문을 보고 빈손으로 돌아왔다는 경험담도 솔솔찮게 들려온다. 평소엔 당연하게 여겼던 쓰레기 봉투 한 장의 부재가 이토록 일상을 불안하게 만들 줄은 몰랐다.


    “봉투도 귀한데, 저 쓰레기들을 다 어쩌지?” 


    막막한 마음에 시작한 건 결국 아주 사소한 습관들이었다. 우선 택배 상자부터 집 안으로 들이지 않기로 했다. 예전에는 거실 한복판에 상자를 두고 편하게 뜯었지만, 이제는 현관 문턱을 넘기 전에 칼을 들고, 의식을 치른다. 외부의 수많은 손길과 먼지가 묻었을 상자들을 밖에서 해체해 바로 내보내는 것이다. 번거롭긴 해도 이 ‘현관 앞 1분’은 외부의 오염원이 우리 가족의 안식처로 침범하지 못하게 막는 가장 확실한 수비다. 


    쓰레기 봉투가 귀해지면서 가장 공을 들이게 된 건 ‘압축의 기술’이다. 한 장뿐인 봉투에 최대한 많이 담으려는 노력이기도 하지만, 쓰레기를 집안에 더 오래 보관해야 하는 상황에서 부패와 세균 번식을 막는 이 과정은 마치 운동 전 스트레칭을 하듯이 경건하기까지 하다. 


     사실 쓰레기를 좀 더 깨끗하게 보관하기 위해 닦고 압축하는 일은 꽤 귀찮은 노동이다. 하지만 내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쓰레기 봉투 대란’이라는 소동 속에서도, 최소한 내 공간의 청결만큼은 내가 직접 관리하고 있다는 안도감은 크다.


    봉투 한 장을 구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을 예정 보다는 이제 덜해졌지만, 역설적으로 우리 집 부엌은 그 어느 때보다 단정해졌다. 봉투를 아껴보겠다고 시작한 고군분투가 나를 더 부지런하게 만들었고, 내 공간을 더 건강하게 바꿔놓은 것이다.


     거창한 운동 기구는 없어도 나는 매일 현관 앞에서, 그리고 싱크대 앞에서 나만의 워크아웃을 이어간다. 꼼꼼히 비우고, 씻어내고, 다시 깨끗하게 채우는 이런 일이 사소하지만, 이런 루틴들이 모여서 어떤 불청객 같은 바이러스가 찾아와도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단단한 면역력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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