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염병 예방 실천운동

감염병 예방 실천운동

    연결하지 않아도 연결되는 방법
  • 이경아 
  • 05-14 
  • 453 
  • 커넥트 인사이드

    # 달라진 것 없는 일상 속 변화

    나는 ‘집순이’다.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감염병이 전 세계를 휩쓸며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을 강요하던 시기, 솔직히 말하면 나의 물리적 일상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원래도 주말이면 집 안의 안온함을 즐겼고, 남들처럼 화상통화 앱을 깔거나 온라인 모임에 열정적으로 참여해야겠다는 필요성도 딱히 느끼지 못했다. 새로운 소통 기술을 수용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문제였을지 모르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 미디어가 건넨 뜻밖의 위로와 동질감

    외부 활동이 차단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튼 예능 프로그램은 뜻밖의 창구가 되었다. 화면 속 사람들은 각자의 사정을 안고 웃고 떠들며, 때로는 실수하고 다시 일어서는 일상을 공유하고 있었다. 유명인이든 일반인이든, 저마다의 자리에서 주어진 삶을 버텨내는 모습을 보며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아, 세상은 멈춘 게 아니구나. 모두가 각자의 방식대로 이 시기를 잘 버텨가고 있구나”라는 깨달음은 나를 고립에서 끌어올려 주었다. 타인의 삶을 관찰하는 행위 자체가 비대면 시대에 나를 지탱해 준 유연한 소통의 한 방식이었던 셈이다. 


    # 나만의 속도로 내딛는 발걸음

    그들의 위안은 자연스럽게 나의 활동으로 이어졌다. 누가 시킨 것도, 거창한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나갔다. 집중력이 좋은 날에는 책장을 넘기고, 마음이 정적인 날에는 펜을 들어 그림을 그렸다. 디지털 기기 너머의 세상과 억지로 연결되려 애쓰기보다, 내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하루를 채워 나갔다. 그렇게 몰입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물리적 단절이 주는 고립감은 어느새 희미해져 있었다.


    # ‘좋아요’가 전하는 따뜻한 안부

    완성된 그림을 가끔 SNS에 올리곤 했다. 대단한 관심을 바란 것이 아니라, 그저 “오늘의 내가 이곳에 무사히 존재했다”라는 소박한 생존 신고이자 기록이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멀리 떨어져 사는 형제나,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해외의 누군가가 조용히 ‘좋아요’를 누르고 짧은 격려를 남겨주었다. 내가 먼저 소란스럽게 손을 내밀지 않았음에도, 우리는 디지털 네트워크라는 가느다란 선 위에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 나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훈훈해졌다.

     

    # 묵묵한 이음

    지난 감염병 유행 시기를 돌이켜보면, 나는 적극적으로 누군가와 소통하지 않았다. 그런데 외롭지 않았다. 화면 속 타인들의 생동감 넘치는 삶을 보며 용기를 얻었고, 나의 작은 창작물에 반응해주는 이들과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연결이란 꼭 먼저 말을 걸거나 무리에 섞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기만의 삶을 이어가는 것, 그리고 그 흐름을 서로가 조용히 지켜봐 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연결되어 있으며, 이러한 심리적 유대감이야말로 감염병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넘게 하는 가장 강력한 ‘사회적 면역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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