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시작되고 나서 가장 먼저 달라진 건 친구들과의 만남 방식이었다. 아무래도 밖에서 모이는 게 어려워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대면 만남이 많아졌고, 그 중심에는 게임이 있었다. 예전 같으면 같이 밥을 먹거나 카페에서 이야기하던 친구들과의 소통이 이제는 디스코드 같은 온라인 음성채팅 앱을 통해 이뤄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히 같이 게임을 하기 위한 자리였다. 함께 웃고 떠들다 보면 어느새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중심은 게임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졌다.
게임을 켜긴 했지만, 정작 플레이는 뒷전이고 서로의 근황이나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지내는지 이야기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누가 이직 준비를 하는지, 어떤 영화를 봤는지, 오늘 회사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렇게 온라인 공간 안에서 우리는 다시 예전처럼 서로의 일상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오히려 얼굴을 마주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순간들도 있었다.
화상채팅은 뭔가 낯부끄러워서 쉽게 도전하지 못했지만, 음성채팅은 그보다 부담이 적었다. 그래서 몇몇 친구들과는 ‘온라인 술자리’를 갖기도 했다. 웹캠 없이, 음성만 켜놓은 채 각자 집에서 맥주를 한 캔씩 들고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었다. 화면은 없었지만 목소리와 말투, 가끔 들려오는 웃음소리만으로도 충분히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돌아보면, 팬데믹은 사람들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멀어지게 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정서적인 거리를 좁혀준 시간이기도 했다. 비대면 소통이라는 새로운 방식 속에서, 나는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더 자주 친구들을 떠올리게 됐다. 게임은 핑계였고, 결국 우리에게 필요했던 건 연결된 목소리, 그리고 함께 있다는 감각이었다.
지금은 다시 만나서 얼굴을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지만, 그 시절의 온라인 음성채팅방에서 나눴던 이야기들은 여전히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저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웃음을 주고받던 그 순간들이, 오히려 더 진한 연결감을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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